수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김영훈(63·경남 남해)씨. 김씨는 당뇨병 때문에

걸핏하면 잇몸이 헐고 피가 나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씨는 당뇨병 치료보다는,

잇몸에서 피가 날 때마다 잇몸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듯 잇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TV광고에서 자주 보던 잇몸약만 찾다보니 먹다 남은

잇몸약이 서재 서랍에 수북하다.

어느 날 이를 찜찜하게 생각하던 아들 용택씨는 아버지를 설득해 치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김씨의 잇몸 상태는 그야말로 ‘심각’ 그 자체였다. 이미 김씨의 잇몸은 내려앉을 대로 내려앉아

치명적인 상태에까지 이른 상태였다. 담당 치과의사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잇몸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데, 효과도 없는 잇몸약만 복용하셨으니 아까운 치아만 버리게 됐다”며 “지금 상태로는

틀니밖에 문제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우리들이 TV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는 잇몸약에 대한 맹신이 빚어낸 웃지 못 할 에피소드다.

김씨처럼 잇몸이 붓거나 아프다고 무조건 잇몸약을 복용했다간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잇몸약 복용이 잇몸병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근본치료는 어렵기 때문에 맹신했다간

병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치의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22일 치의계에 따르면 잇몸병은 약을 먹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없어진다.

대개는 썩은 이가 없거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구강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고

위생 관리에 소홀하게 된다. 때문에 대체로 아픈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잇몸병은 보통의 경우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65세 이하 한국 성인의 35%가 심한 잇몸병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말해주듯

정상적이고 건강한 잇몸을 가진 성인은 많지 않다는 게 관련 학계의 지적이다.

잇몸병의 증상으로는 잇몸이 붉게 변하고, 부어오르며, 음식을 먹고 난 후 국소적 통증이나 압박감이 있고,

뜨겁거나 찬 것에 대한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잇몸이 근질근질해 쑤시고 싶은 느낌과 치아 사이에 이물질이

끼어 빼내고 싶은 느낌이 있다. 또 칫솔질을 할 때나 과일 등의 음식을 먹을 때 피가 나기도 하고, 냄새가 나거나,

고름과 같은 액체가 나올 수도 있다. 좀 더 진행된 잇몸병의 경우 치아를 둘러싼 뼈(치조골)까지 흡수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김씨처럼 잇몸병 환자 대다수가 이렇게 심각한 잇몸병을

인사돌(동국제약), 이가탄(명인제약) 등 잇몸약만으로도

치료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치과병원 박준봉 교수는 “그간 잇몸약이 TV나 신문 광고에 자주 노출되면서

 ‘잇몸약은 무조건 좋다’는 잘못된 인식, 심하게는 맹신하는 경향까지 생겼다”며 “하지만 잇몸약은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단순히 증상을 지연시키는 미세한 효과 밖에 없다.

잇몸병이 의심된다면 잇몸약에 의존하기 보다는 치과 내원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잇몸병의 근본 원인은 치석이 석회화돼 치아 면에 단단히 붙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칫솔질만으로는 제거되지 않고 특별히 고안된 제거 기구(스케일러)를 이용한 치석제거술(스케일링)에